20만 명 피해 가상자산 ‘루나‧테라 방지법’ 의미는 ?

2022-06-23     이은광 기자
테라·루나사태는 지난 5월 11일 루나당 19달러 수준이던 것이 불과 하루만인 12일에는 1.16달러로 93.1% 폭락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사진=pixabay 합성)

[디지털비즈온 이은광기자] 국내 피해자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충격에 빠뜨린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한지 한달여 만에 ‘루나‧테라 방지법’이 발의된다.

테라·루나사태는 지난 5월 11일 루나당 19달러 수준이던 것이 불과 하루만인 12일에는 1.16달러로 93.1% 폭락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이후 며칠만에 0원 가까이 폭락해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 2,000억 달러(약 258조원)를 증발시켜 디지털 자산시장 전반에 위기를 고조시켰다.

◇가상자산, 루나·테라

루나(Luna)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라(Terra)의 가격안정화를 위한 채굴 암호화폐로 불린다. 테라의 가격이 하락할 때 루나를 추가 발행하고 테라의 유통량을 흡수해 테라의 가격을 올리고자 만들어졌다. 애플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와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의장이 공동 창업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다.

테라(Terra)는 테라 프로토콜의 스테이블코인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통화량이 조절된다. 수요가 늘어나면 프로토콜에서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고 수요가 줄어들면 통화량을 줄여 가격을 유지한다. 테라는 여러 법정화폐에 페깅되어 있으며 그 중 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페깅되어 있는 SDT가 테라 생태계 시스템의 기축통화로 통용되기도 한다.

루나는 테라의 가격안정화를 위한 채굴 토큰 방식으로, 기존의 스테이블코인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테라의 가격이 하락할 때, 루나를 추가 발행해 그 추가 발행한 루나로 테라의 유통량을 흡수시켜 다시 테라의 가격을 올린다.

반대로, 테라의 가격이 상승할 때는 테라를 추가 발행해 가격을 맞춘다. 루나의 가치는 테라의 결제 수수료에 기반하여 생성되는데, 테라가 결제될 때마다 발생하는 소액의 결제 수수료는 블록 확인이 완료되면 징수되고, 이를 블록 생성자에게 보상으로 지급한다. 루나와 테라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연결돼 있다.

◇테라·루나 폭락

지난달 5월 7일(미국시간) 익명의 투자자가 테라를 대량으로 매도하니 테라 가격이 순식간에 폭락했다. 이날 1테라의 가격은 0.98달러대까지 하락했다. 1테라는 항상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페깅(pegging)'되도록 설계되었는데 이날, 이 페깅이 깨지는 '디페깅(depegging)'이 일어났다.

테라 코인(UST)의 가격 그래프 (자료출처 = 코인마켓캡 사이트)

익명의 투자자가 8500만 테라를 팔아 8450만 달러 어치의 USDC 코인을 사들였다. USDC 코인 역시 테라처럼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이더리움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인데 교환이 대폭락의 시작이었다.

2022년 5월 8일 테라의 가치 유지 실패로 루나와 테라가 두 코인 가격이 동반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일주일새 고점 대비 99.99% 폭락했다. 일부 대규모 UST 물량이 매도로 나오며 UST의 페깅이 1달러 아래로 깨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한 국내 피해자 규모는 약 28만 명으로 추정된다.

◇국내법상 처벌 가능할까?

금융 당국은 테라폼랩스에 자료를 요청하거나 감독·조사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이 있지만, 거래소 등 가상자산업자의 자금세탁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번 사태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다.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형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로, 사기 행위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5억원 이상 일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에 해당돼 가중처벌을 받는다.

◇피해 보상은 받을 수 있을까?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해도 천문학적인 피해 금액을 보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루나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권 대표는 피해보상 계획을 내놨다.

16일 테라폼랩스의 비영리재단인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는 보유 자산 내역을 공개하며 소액투자자부터 우선적으로 배상하겠다고 발표했다.

20만 명 이상 피해를 본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테라 사건’이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의 첫 사건으로 확정됐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이른바 ‘폰지 사기’ 의혹을 받는 루나·테라 사건을 합수단에 배당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국회 양정숙의원, '루나·테라 방지법' 발의

25일 국회 양정숙 의원은 테라‧루나 사태에도 책임자 처벌을 묻지 못하는 입법공백을 보완하고, 더 이상 이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유사수신행위에 금전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을 조달하는 것도 포함하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양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실제 처벌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은 투자자가 속출하고 있고, 가상자산 사기가 반복해서 발생해왔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관련 법과 제도가 부재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특히, 테라·루나의 경우는 “코인을 맡기면 이율 20%의 이자를 보장한다”고 홍보하여 유사수신혐의가 의심되지만,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금전’의 정의를 가상화폐도 포함하고 있는지 논쟁이 되고 있다.

양정숙 의원은 “테라·루나 사태를 강건너 불구경하 듯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가상자산 시장이 불안정하여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을 이용한 유사수신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제2의, 제3의 테라·루나 사태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라·루나 용어 해설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한다.

페깅(pegging)☞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으로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되었다.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한다.

스테이킹(staking)☞스테이킹은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맡기는 방식으로 우리가 돈을 은행에 맡기는 예금과 구조가 비슷하다.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