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세계산림총회서 "불타는 지구 사라지는 숲” 퍼포먼스

정부에 기후위기 대응 및 산림 보전 요구 그린피스, 현 정책은 산림파괴와 기후위기 악화시켜” ‘기후솔루션’과 제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서한 보내 정책 전환 요구

2022-05-02     이호선 기자
그린피스는 세계산림총회가 열리는 코엑스앞에서  "불타는 지구 사라지는 숲”  이란 대형 조형물을 설치했다.(사진=그린피스)

[디지철비즈온 이호선 기자] 5월 2일 제15차 세계산림총회(XV World Forestry Congress) 개막식이 열린 서울 강남 코엑스 현장 앞에 ‘대형 산불’ 조형물이 등장했다.

전 세계 140여 개국 정부 및 국제단체 관계자 등 총 1만여 명이 참석하는 세계산림총회 현장에서 사라져가는 숲을 지키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행사장 앞에 “불타는 지구 사라지는 숲” “Protect forests for our climate”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세계 과학자들의 엄중한 요구대로, 그리고 세계 각국 정부가 약속한 대로 203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기 위한 기후행동을 긴급히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공허한 선언을 넘어 지금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전 지구적 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그린피스는 밝혔다.

그린피스는 탄소 배출로 촉발된 기후변화 때문에 산불 위험이 커지는 현실을 환기하고 정부의 바이오매스 및 산림 개발 정책으로 탄소흡수원인 산림이 파괴되는 현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세계산림총회는 세계 144개국 정부와 국제단체 관계자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그린피스는 조형물 설치와 함께,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연대하여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 공개 서한을 보냈다. 두 단체는 서한에서 ▲바이오에너지 축소 ▲산림파괴를 막기 위한 교역 제도 개혁과 공급망 실사법 도입 ▲국제 산림보호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고 2050 탄소중립의 실질적인 달성과 글로벌 산림보전 리더십을 위한 윤석열 당선인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산림벌채의 가장 큰 원인인 산업적 농업(팜유, 카카오 등 환금작물)과 육류산업을 위한 토지 이용 변경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을뿐더러,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산림바이오매스’와 같이 목재를 태워 에너지화함으로써 오히려 탄소배출을 심화하고, 산림생태계 및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에너지원을 확대하는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에 따르면, 산림청은 2050년 국내에서 벌목하거나 가지치기 작업 등을 통해 얻어진 나무 및 목재 부산물 중 300만 톤을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바이오매스를 위해 50만 톤의 목재를 사용한 데 비하면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바이오매스는 베어낸 후 다시 나무를 심으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이유로 탄소중립 에너지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매스를 위해 산림을 채취하고 운반·가공·소각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이후 새롭게 심은 나무의 성장 속도가 더뎌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채취 과정에서 숲이 파괴되어 생태계에 큰 피해를 입힌다. 이 같은 이유로 전 세계 과학자와 경제학자 500여 명은 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 정상에 바이오에너지 지원 철회를 요구했으며, 네덜란드는 지난 달 바이오매스 난방 시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정부는 인도네시아에서 천연림을 파괴하고 선주민들의 인권 침해를 자행한 기업에 융자를 지원해왔다. 이러한 정책들은 한국 정부가 작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산림파괴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발표한 ‘산림 및 토지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최근 일어난 울진 산불은 이례적인 겨울 가뭄 때문에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되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발표에 따르면 지구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면 산불 피해 면적이 최대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산림 파괴가 지속되면, 탄소 배출량이 더욱 늘어나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송한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정부는 매번 국제무대에서 산림보호를 공언했지만, 뒤에서는 목재 생산 중심의 산림 정책과 숲을 땔감으로만 여기는 에너지 정책을 확대해 왔다”며 “세계 최대 산림 행사인 세계산림총회에서만큼은 우리 숲을 넘어, 동남아, 북미 등 세계의 숲을 파괴하는 바이오에너지와의 결별을 시작해야 한다. 새 정부는 과거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 산림 보전의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지난 1월 기후솔루션, 생명의숲 등 5개 환경단체와 함께 ‘기후·생태위기 대응 시민연대’를 결성한 후, 산림·생태·바이오에너지 부문에 대한 포괄적인 정책을 윤석열 대통령후보 캠프에 제안했으나, 윤 캠프는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린피스가 별도로 진행한 환경정책 질의에 대한 답변를 통해 ‘산림은 흡수기능과 함께 수분 함양, 녹지 제공,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지역은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