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메타버스㉜] “디지털 국가 출현”… 메타버스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넒은 세상이다
메타버스 가상공간 체험이 아닌 사이버 주권의 등장 블록체인과 웹 3.0을 바탕… 디지털 국가의 탄생 임박 디지털 신흥 시장의 부상 큰 투자 기회 발생
[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현대생활의 모든 국면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기나 편지, 공문서나 연구논문, 영화와 음악, 인류가 생산하는 지식과 예술의 모든 표현물이 디지털 형태로 생산, 유통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에 이어 이제는 아무 데나 있는 기술(ubiquitous technology)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문제는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물리적 형태를 갖지 않아 고정시켜 계속 갖고 있기 어렵다는 데 있다.
ZUM 투자노트에 따르면,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키워드 중 메타버스가 있었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고, 자사 VR기기의 누적판매량이 1000만대를 넘어서며 마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메타버스 테마가 소위 묻기만 해도 주가는 고공행진 일색이었다. 그러나 끝은 아쉬웠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감각세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한참 멀었다는 의견부터,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 매몰된 삶에 대한 직관적 거부감, 가난할수록 메타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반(反)이상향의) 회의론도 만만치 않았다. 사실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한국은 1998년에 이미 사이버 가수 아담을 탄생시킨 나라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설명하는데 있어, 감각 체험적 형태의 메타버스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인터넷이라는 메타버스에 살고 있다. 가상공간이 정말 새로운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있어 느끼지 못할 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든 순간이 메타버스 안에 살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블록체인 및 웹3.0 기반의 메타버스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사용자가 갖는 소유권(ownership), 더 넓게 보면 주권(sovereignty)에 대한 차이다. 3세대 인터넷을 의미하는 웹3.0은 이른바 탈 중앙화 기반의 상호 연결된 가상공간이다. 웹1.0이 Read-Only라면, 웹2.0은 Read+Write, 웹3.0은 Read+Write+Own이란 도식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웹1.0의 대표사례가 인터넷브라우저, 검색포탈이라면, 웹2.0은 구글, 위키피디아를 들 수 있다.
앞으로 출현할 웹3.0의 가장 큰 특징은 언급한대로 소유권이다. 기존 인터넷에서 사용자가 생산한 콘텐트에 대한 수익배분, 저장, 검열(censorship) 등에 대한 권한이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었다면, 웹3.0에서는 사용자가 본인 생산물에 대한 온전한 권한을 지닐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주권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라는 개념은 디지털 목적물에 대한 등기 또는 주권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입이 떡 벌어지는 디지털 사치품의 가격 랠리가 NFT의 본질은 아닌 것이다.
블록체인과 웹3.0에 말미암은 사이버 주권이 가지는 함의는 매우 크다. 가상공간이라고 하지만 개개인이 주체적 권리를 행사하고 상호 계약 기반으로 시스템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 하나의 국가와 같은 면모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바로 디지털 국가(digital state)의 탄생이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지니는 감각적 선입견 때문에 최근의 가상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국가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암호자산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당부분의 프로젝트들이 이러한 디지털 국가의 건설 및 작동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메타버스라고 하면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되어 있던 기존의 흐름과는 분명 그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탈중앙화가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거래를 비롯 각종 활동을 함에 있어 정부나 은행과 같은 제3자의 중개 및 감독 기능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었다. 따라서, 디지털 국가에는 별도의 사법 시스템이 존재 하지 않을뿐더러 특정 국가의 법을 온전히 따르지도 않는다. 다만, 시스템의 프로토콜(code)와 상호간의 계약관계(contract)를 따를 뿐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국적으로부터의 해방이자 기존 국가 기준의 경제활동과 구별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국가의 출현 가능성에 대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디지털 국가의 출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암호자산 업계 특유의 문화와 에너지,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기존 제도권과 규제가 따라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이 세계의 저력이다.
세계 최대 크립토 리서치 회사인 Messari(암호화폐 리서치 회사)는 이미 게임은 끝났다(the game is basically over).며 제도권이 아닌 블록체인 업계의 독자적 세계 구축을 단언했다. 물론, 디지털 국가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이미 세계 각지 유능한 인재들의 제도권 엑소더스(exodus)는 시작됐다.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브레인들이 몰려드는 이머징 마켓에 주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메타버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세계는 현실의 다양한 활동들이 그대로 유지되며, 사용자에게 충분한 사회적·공 간접 실재감을 제공하는 환경이다. 또한, 다중의 사용자들 이 동시에 활동하는 가운데 자유로운 소통과 거래를 통한 경제적 가치도 창출되는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