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지표로 살펴보는 "한국의 탄소중립 어디까지 왔나"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도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다 분명한 탄소중립 흐름을 보인다는 진단이다.
2021년 10월 우리나라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확정하여 발표했다. 한국은 고효율 친환경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소비량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으며, 2011년 이래 에너지원 단위가 줄곧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대표이사 최성광)은 31일 이같은 내용의 '에너지 지표로 살펴보는 한국의 탄소중립' 보고서를 에너지정보소통센터(etrans.or.kr)를 통해 공개했다.
재단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는 국내·외 통계를 바탕으로 탄소중립을 향한 국내 에너지 부문의 객관적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제작했으며, 사용된 지표와 내용은 ▶지역별 전력 현황과 전력자립도 ▶전국 에너지원별 현황(화력·원자력·태양광·풍력) ▶풍력·태양광 발전사 및 협동조합 ▶RE100 참여기업 추이 ▶에너지 수입의존도와 에너지 사용 비중 ▶한국 및 주요국 NDC 현황 및 평가 ▶한국 및 주요국 탄소배출량 현황과 감축 목표 등 총 10개의 인포그래픽과 시사점을 담은 보고서로 구성됐다.
◇지역별 전력 자립도의 구조 변화, 중앙집중에서 '지역분산'으로
한국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산업시설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뒀다. 소수의 대규모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전통적인 기력발전에 이상적인 여건이었다. 특히 대량의 냉각수를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는 해안 지역이 주요 발전단지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경북, 경남 지역이 영남권 산업단지에, 전남이 호남권 산업단지에, 충남이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대량의 냉각수를 확보할 수 있는 해안지역이 주요 발전단지로 성장했던 중앙집중형 구조에서, 2000년대 이후 에너지원 다변화에 따른 지역분산형으로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산업시설은 적은 데 비해 발전소가 많아 전력 생산기지 역할을 한 충남과 전남의 전력자립도가 유독 높게 나타났던 2003년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간 전력자립도 격차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울산, 경기, 전북, 전남, 경남, 강원에서는 발전량과 소비량이 수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으나, 발전 부담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구조에서 분산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재단은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제주, 전북, 강원은 전력자립도보다 포트폴리오 변화에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제주는 풍력, 전북은 태양광, 강원은 태양광 및 풍력을 고르게 육성하며 지역 내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꾸준히 높여 왔다.
◇에너지원별 석탄화력,원자력,풍력발전,태양광발전 현황
보고서는 전국 지역별로 에너지원별 현황을 지도로 제작하고,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를 정리했다. 석탄화력발전은 2021년 12월 현재 아직 건설중인 석탄화력발전소도 4기 있지만 2017년 이후에는 새로 수립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은 없다.
대체로 산업시설이 많거나 석탄화력발전이 활발한 지역에서 온실가스 및 총부유먼지 발생량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 57기 중 29기를 운영 중인 충남지역의 총부유먼지 농도가 상위권을 기록했다.
2021년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원전은 총 24기로, 현재 4기가 추가로 건설중이다. 이들 중 10기가 2030년 이전 설계수명이 만료되어 가동을 중단하고 2030년 이후에는 18기가 폐쇄된다.
이밖에도 원전별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용량 및 포화시점에 대한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도식화했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본격적인 가동은 중간저장시설 2030년, 영구처분시설 2050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풍력발전은 경제성이 가장 높은 재생에너지원으로 손꼽았다. 풍력발전 설비 확대는 태양광에 비해 더딘 편으로 나타났지만 산지가 많아 바람이 일정하게 부는 곳이 적은 데다, 풍력발전기의 규모상 태양광에 비해 설치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건설된 풍력발전단지는 대부분 100MW에 미치지 못하지만, 건설 계획된 육상 및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상당수가 100MW 이상으로 향후 풍력발전 용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교적 최근인 2014년부터 육상풍력이 급격히 증가했고,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GW급 대규모 발전단지 계획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은 입지조건의 제약이 덜하다는 장점 덕분에 태양광은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도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국내 재생에너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태양광발전 신규 보급용량은 4GW에 육박했다.
아울러 태양광 발전에서 주목할 점은 타 발전방식에 비해 대도시 설치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건물 옥상, 창호, 아파트 베란다 등 도심 환경에도 적용하기 용이하다는 장점 덕분이며, 대체로 태양광발전 설비는 농지 태양광이 많은 호남지역에 집중돼 있으나 풍력에 비하면 인구밀집지역과 농어촌지역의 격차가 크지 않은 편으로 분석됐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화
재단은 재생에너지가 확대 보급되면서 사회학적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통해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살펴봤다.
가장 이색적인 점은 소규모 사업자의 시장 참여로, 2021년 6월 기준 전국의 발전사 및 에너지 협동조합은 총 84,895개에 이른다. 이중 126개가 풍력, 84,376개가 태양광 관련 기업 및 조합으로, 태양광 발전이 소규모 사업자 및 주민, 개인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전국에서 태양광 사업자가 가장 많은 곳은 전북으로 21,349곳에 달했으며, 풍력은 강원 지역이 35개로 가장 많았다. 풍력 및 태양광 설비 현황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계에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RE100은 사회적 캠페인보다 투자에 가까워지는 추세로 분석됐다. 이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의 증가세로 확인할 수 있으며, 2021년 12월23일 기준, 346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도 14개사가 가입했으며, 이같은 움직임은 RE100 참여를 통한 탄소중립 실현이 시장 원리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재단은 밝혔다.
사회의 각 영역과 기업활동이 불가분하게 얽힌 현대 사회에서 기업은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모든 가치사슬 속에서 기업의 이익이 주주(shareholder)뿐 아니라 소비자와 기업활동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모든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이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 탄소중립이 경쟁력의 열쇠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기업들은 경영 전략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요한 요소로 다루는 한편, 탄소배출량이 새로운 무역장벽이자 외교전의 무기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적인 동향을 고려하면, 수출산업 비중이 높은 선진공업국인 한국으로서는 주요 탄소 배출국이자 세계 산업 공급망의 주체로서 에너지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은 여전히 세계 평균 대비 재생에너지 비용이 높은 편이라 탄소중립 움직임의 본격화에 따라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에 대처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 10여년 간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여러 지표를 참고했을 때 한국의 에너지 분야의 변화 방향성은 분명하다. 지자체는 재생에너지를 지역 발전전략의 핵심 요소로 여기기 시작했으며 기업들도 에너지 공급망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어 세계적인 기준에 부합하려 하고 있다.
에너지원별 전략을 세부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는 육상풍력발전에 불리한 편이다. 산지가 많은 국내 지형상 육상풍력의 입지가 제한적이라 신규 육상풍력발전 건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태양광발전은 입지 제약이 적다는 장점을 살려 자투리 땅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업을 곳곳에서 추진 중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방향보다 속도다. 새로운 에너지산업을 포괄하는 가치사슬을 빠르게 구축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또한 이번 에너지 지표를 통해 살펴본 결과, 국내 에너지 수급 구조는 이미 2000년대 이후 긴 호흡으로 변화해 왔으며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는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성광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향후 태양광·풍력 관련 산업의 취약한 가치사슬을 빠르게 강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재단은 이번에 개발한 에너지 지표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매년 통계를 업데이트하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 등으로 재가공, 적시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