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홍후조 교수의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는 길"①
최근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분들은 각각 G7 선진국, AI인재 100만 양성, 과학기술강국을 기치로 내걸었다. G7 선진국도 과학기술이 밑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현대과학기술 특히 디지털 기술(digiteracy)을 익혀야 현대문명의 변화를 읽고, 이에 적응하며, 나아가 이를 주도할 수 있다. 이런 기치를 내건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정작 그 교육적 바탕은 매우 허술한 편이고, 이를 위해 몇 가지 고칠 점은 분명하다.
첫째, 학생들의 수업시간 비중에서 이과과목이 매우 취약하다. 과학기술의 바탕, 꿈나무는 학교교육을 통해 길러지는데,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수업시간을 보면 50%는 문과과목이고, 이과과목은 30%밖에 안 되며, 20%는 예체능 과목이다.
수학, 과학, 기술공학 등은 공부하기는 어렵고 시간은 많이 걸리며 사회적 수요는 매우 큰 분야이다. 정작 학교에서 이런 공부를 소홀히 하므로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으로 보충한다. 극소수의 영재고나 과학고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는 사교육을 통한 것이 대부분이고 그 비용도 매우 비싸다. 따라서 가장 먼저 국가교육과정기준 개정을 통해 학교에서 수학 과학 기술 등 이과과목 수업시간비중을 전체의 40~50%로 높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일반인의 과학기술적 상식이 높아질 수 있다.
둘째, 교사들의 과학기술역량이 취약하다. 학생들의 롤 모델인 초등교사의 70~90%는 고교부터 문과위주로 공부한 분들이다. 자연히 중?고등학교에도 과학과의 교사수나 수업시간비중은 사회과보다 더 적다. 게다가 중?고교 과학교사들조차 대학에서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중 한 분야만 집중 공부해서, 중학교에서 종합적인 과학을 가르치는 데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과학교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이들은 제1전공을 과학으로 하고, 제2전공을 물?화?생?지 중 하나로 해야 중학교에서 과학수업이 더욱 충실해질 수 있다. 즉 장차 교사될 이들은 고교에서 이과공부를 더 많이 하고, 대학에서도 일정 과목 수 이상의 이공계 과목 수업을 이수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여고생들의 다수는 문과이고, 이공계 대학의 여학생 비중은 30%정도이고, 공대의 여학생 비중은 20%밖에 안 된다. 남녀차별이 일어날 수 있는 지점이다. 저출산 고령화사회에서 여성인력이 과학기술적으로 깨어나야 국가는 과학기술강국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매우 소프트하여 여성들도 충분히 도전할만하므로, 학교의 진로지도를 통해 적극 권고할 일이다. 역사적으로 전쟁에는 과학기술이 집약되었는데, 2차 대전을 끝낸 원자탄도, 이라크전쟁초기의 막강한 화력도 과학기술의 힘이었다. 현대전은 전자전이고 미사일전이다. 여성모병제 확대나 우주로의 진출도 여성과학기술자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신호이다.
넷째, 수능에서 문?이과 점수 배분을 조정해야 한다. 대학 수능에서도 문과과목에서는 500점까지 취득이 가능하지만, 이과과목에는 250~300점이 배분되어 있을 뿐이다. 대입시는 진로별 타당성이 현저히 떨어져서, 어느 과목에서든지 좋은 성적을 가지고 지원하라고 하면, 학생들은 공부하기 쉽고 점수 따기 쉬운 문과과목으로 쏠리게 되어 있다.
이공계생 5~10%는 고교에서 물리, 수학 등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 대학에서 중도탈락하거나 저학년의 낮은 수준 과목만 수강하고 졸업하게 된다. 모든 대학진학자들은 일정 비중으로 과학과 수능을 치르도록 함이 국민의 과학적 소양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수학, 과학, 기술공학 공부의 사회적?직업적?문명사적 중요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과장하면 책만 읽어도 알 수 있는 '쉬운' 문과공부만 하다가 결국 대학을 졸업해도 실업자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청년 취?창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기회가 열린 과학기술 분야 공부는 강조되어야 한다.
오늘도 AI, 넓게는 디지털 우주세계의 종합인 메타버스 등에서 자격과 면허를 가진 이들은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수학 과학 기술공학 학습 강화로 국민의 일반교양과 전문 직업을 삼는 국가사회의 제도와 문화가 절실히 요청된다.
필자: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