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국가의 중앙은행, "기후위기 실천에 소극적 대응” 지적 나와

기후위기 실천적 영역은 ‘낙제점’ 화석연료 재정 지원 줄일 수 있게 한 중요 정책 부재 한국은행, 130점 만점에 11점 ‘D- 등급’… 20개국 중 13위 포지티브 머니 ‘녹색 중앙은행 평가표’ 공개

2021-03-31     최유진 기자
G20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기후위기 대응 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ORF 홈페이지)

영국의 비영리단체 '포시티브 머니'는 31일 주요 24개 연구기관 및 NGO와 함께 G20 국가 중앙은행의 기후변화에 대응과 녹색금융 정책을 평가한 보고서인 '녹색 중앙은행 평가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녹색 금융과 관련해 4개 부문(연구 및 홍보, 통화정책, 금융정책, 모범사례)을 기준으로 G20 국가의 중앙은행들을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G20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녹색금융에 관한 연구나 기후금융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있어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거나 하는 실천적인 영역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한국은행은 20개 나라 중 미국과 함께 공동 13위를 기록했다. 한은은 종합 130점 만점에서 11점으로 'D- 등급'을 받는데 그쳤다.

한은이 녹색금융협의체에 소속했고 금융위원회가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금융감독원이 기후금융에 관해 '2020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한 점을 감안해 연구 및 홍보 부문에서는 10점(10점 만점)을 받았다.

반면 통화정책에서는 0점(50점 만점), 금융정책에서는 1점(50점 만점), 모범사례에서도 0점(20점 만점)을 받는데 그쳤다.

G20 주요 국가 역시 한국은행과 비슷한 성적표를 받았다. 20개 중 14개 중앙은행이 연구 및 홍보 부문에서는 만점을 받았지만 다른 부문에서 부진하면서 낮은 종합 점수를 기록했다.

중국이 종합 50점(C 등급)으로 1위를, 브라질이 종합 45점(C- 등급)으로 2위, 프랑스가 종합 43점(C- 등급)으로 3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화석연료에 대한 재정 지원을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한 중요 정책이 G20 국가들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각 중앙은행이 정책 결정에서 기후위기를 고려할 때 화석연료 관련 산업이나 생태학적으로 유해한 활동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중단하기보다는 금융공개, 스트레스 테스트, 녹색자산에 대한 대출 장려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금융정책 입안자들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활동을 포함하는 대출 담보물이나 자산을 배제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화석연료 투자의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탄소집약적 산업에 대해 자본 적정성 수준을 높이는 등 대출에 불이익을 주는 금융규제를 시행해 시급히 녹색금융 정책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태학적 위기가 닥치면서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과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고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기본적인 역할 이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증진하는 데 더 전향적인 개입자 역할을 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포지티브 머니 경제학자이자 주요 저자인 데이비드 바메스는 “중앙은행들이 여러 연설과 연구에서 기후를 두드러지게 다룬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런 논의를 구체적인 정책 활동같이 실천에 옮기는 것은 실패해왔다”고 말했다.

바메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의 D-라는 점수는 통화 및 금융당국이 감독하고 있는 금융 시스템의 녹색화가 실패를 거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대한민국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국은행과 관련 기관은 화석연료 사업의 자금 조달을 제한하는 새로운 정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G20 국가의 중앙은행들의 점수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은행이 받은 D-는 낙제점인 F를 겨우 면한 수준”이라며 “이번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이 형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로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돈의 흐름을 결정하는 금융당국의 역할이 절실하다”며 “현재 2030년부터 예정된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앞당겨야 하며 올해 상반기 제정 예정인 녹색분류체계를 통해 명확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